"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에세이

이태영


그러나 마리날레다에서는, 마리날레다 사람들은 화만 내지 않았어요! 대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두드리고 말했어요. ‘우린느 땅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7장 세상에 맞선 마을> )

 

위기는 스페인을 가라앉히기 시작하면서 그 속에 이미 존재하던 하나의 대안을 부상시켰다. 마을의 색다른 과거와 독특한 현재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분노한 사람들운동은 그저 항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르게 살고 싶다고 분명하게 말했고, 201111월에 안달루시아 전역에서 5.15 참여자들이 다시 한번 모였을 때는 마리날레다가 규모나 위치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당연한 선택이 되었다.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 <7장 세상에 맞선 마을> )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를 읽고, 가장 강렬히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실패’, 그리고 또 하나는 직접 행동을 통한 선전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 어떤 계기로 어떤 체제(혹은 어떤 사회)의 실패를 선언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선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합의로,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사회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마리날레다의 혁명은 일찍이 자본주의의 실패를 선언한 정치세력과 그 선언에 공감하고, 공감에 근거한 사회변화의 방식에 합의한 사람들의 실험으로 이어져왔다. 사회변화는 결국 결핍의 합의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제적 결핍이든, 미래에 대한 희망의 결핍이든. 그 결핍이 공히 확인될 때, 사람들은 다른 실험으로 그 다음 단계를 구상한다. 나는 그것이 사회가 변화해온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거친 수준의 서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의 결핍을 어떻게 확인하고 공감을 넓혀 사회변동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결핍과 시스템의 실패를 숨기거나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기득권의 정치도구라면, 우리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숨겨진 결핍과 시스템의 실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것이 어려워진 시기다. 어떤 긍정이, 혹은 냉소가 개인에게 깊히 체화된 사회에서, 그러니까 그 왜곡된 긍정과 냉소가 개인의 감각을 송두리째 포섭한 세계에서 우리가 이 첫 번째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내 첫 번째 질문이다.


마리날레다의 실험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직접행동에 있다. 구호나 연설, 캠페인으로 구성된 직접 행동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방식으로서 직접행동이다.

(나를 포함해서)말과 글이 익숙한 사람들은 그것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쉽다. 실제로 말과 글, 그것이 할 수 있는 역할, 해야만 하는 역할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말과 글보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선전의 도구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내는 것이다. 우리가 넘고자 하는 이 제도의 그 다음을 실제로 살아내는 것이다. 민중 총궐기에서 만난 차벽, 그 차벽 너머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확실한 선전은 없다.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그 다음 자리로 마리날레다를 선택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거꾸로, 우리에게는 여전히 시청과 광화문, 청와대로 가는 길을 벗어나 서로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우리가 그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갖는 두 번째 질문이다.

 

어쩌면, 확인되지 않는 미래, 설득될 수 없는 사회기획이 우리로 하여금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미루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몸이 체감하고 감각이 판단한 사회에 대한 인식을, 국가와 이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선언을 머리가, 말이, 글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실패를 선언하는 작업과 직접행동을 통한 선전을 진행하는 작업은 선후관계에 놓인 작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선언으로부터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우리 기획의 중심에 놓지 않는 것이 어떤 미래를 더 가능하게 할지도. 그래서 우리도 이상한 마을에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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